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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이 된 엄마의 사랑 (김경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1-02 오전 11:46:29

조회수 2606

게시물 내용
제목 빛이 된 엄마의 사랑 (김경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1-02 오전 11:46:29 (조회 : 2606)

빛이 된 엄마의 사랑
김경미

  이 어둠속에 갇힌 지 이제 만 3년이 되어간다. 아직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두렵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한참을 누워있어야만 하지만 1∼2년 전과 비교하면 심적으로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주위 분들은 나에게 정말 빠른 시일에 장애를 극복했다고들 말한다.
  자고 일어난 것 같았는데 난 하체마비에 빛조차 느끼지 못하는 상태로 중환자실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 후 1년은 정말 생지옥이었다. 깨어있다는 것, 내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모든 것들이 앞을 볼 수 없게 된 나에겐 고통이고 하늘의 저주 같았다. 이 어둠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은 죽음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서 여러 번 시도도 했고 그게 여의치 않자 남편에게 제발 죽여 달라고 죽게 해달라고 밤마다 울며 빌었었다.
  엄마의 암 소식을 듣기 바로 직전까지도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 그전의 울음이 오로지 나를 위해 흘린 것이었다면 그날은 달랐다. 내가 쓰러지고 지금까지 나에게 했던 엄마의 말과 행동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엄마의 사랑을 그제서야 알게 되었고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내 자신이 미웠고 엄마의 슬픔과 눈물은 고스란히 엄마혼자 견디셨을 걸 생각하니 불쌍하고 안쓰러워 많이 울었다.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무너졌을 엄마. 밤새 중환자실 앞에서 한번이라도 좋으니 엄마라고 부르게 해달라고 기도하셨던 엄마. 당신의 눈을 빼주겠다던 엄마. 목을 매려던 끈을 부여잡고 제발 살아달라던 엄마. 앞을 못 볼 딸아이가 어떻게 다닐지 알아야한다며 눈을 감고 다니다 부딪혀 눈두덩이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는데도 웃으시며 괜찮다 하시던 엄마.
  아아∼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엄마의 사랑과 가슴 저려움에 눈물이 난다. 딸의 비명소리와 절규를 듣고 딸의 몸서리치는 걸 지켜보셔야 했던 엄마는 그 딸 때문에 얼마나 땅을 치고 가슴 아파 우셨을까… 그 후 다신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특히 엄마 앞에서 더 씩씩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웃었다. 남편은 물론 다른 형제들에게도 아무런 힘든 내색도 눈물도 보이지 않았다. 혹여 그랬다간 엄마 귀에 들어가 또 가슴 아파하실 테니까.
  하지만 난 괜찮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나 늦은 밤 눈물을 흘렸고 잠에서 깨어날 땐 악을 쓰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걸 이를 악물고 참아야만 했다. 괜찮지 않았지만 내가 엄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살아가는 것 그것도 밝게 웃으며 살아가는걸 보여드리기 것뿐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이를 악물고 웃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엔 정말 모두들 이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섭섭했고 마음을 얘기 할 곳이 없어서 외로움에 울다 잠들기를 수개월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난 살아야만 했고 웃어야만 했다. 엄마의 사랑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기껏 이것 밖에 없는데 이것조차 못한다면 그 죄스러움에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엄마에게 난 이미 아픈 손가락인데 나의 웃음이 반창고가 되어 잠시라도 아픔을 가시게 해드리고 싶었기에 난 살았고 웃었다. 그렇게 수개월 이젠 습관이 되었는지 아님 적응이 되었는지 난 혼자 있어도 울지 않고 잠자기 전 베개에 눈물을 적시지 않으며 깨어날 때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은 사라졌다.
  난 이제 안다. 난 볼 수 없어서 울었지만 엄마는 못 보게 된 딸 생각에 우셨고 눈을 빼서 대신해 줄 수 없음에 우셨다. 더듬거리는 딸 몸짓을 보시고 우셨고, 하늘을 보고 꽃을 보며 딸이 보지 못하는 모든 것들을 보면서 우셨을 거라는 걸 나 때문에 나 자신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셨을 엄마의 사랑을 이젠 안다.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나에게 이런 시련이 없이 평범한 정안인으로 살았다면 엄마의 사랑이 이토록 크고 깊음을 알 수 있었을까. 부모 자식 간의 막연한 사랑이려니 생각하며 살았을 것이다. 하늘은 나에게 이걸 깨우치라고 마음으로 느끼고 보라고 나에게 빛을 가져간 것일까 이런 깨우침을 준 하늘께 감사하다. 하지만 슬프기도 하다.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자주 찾아뵙고 모셔 다니고 안아드리며 눈을 맞추며 정말 잘했을텐데… 그 시간과 기회를 놓쳐서 너무 슬프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하늘이 허락하시여 딱 1분만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신다면 엄마를 보고 싶다. 그리고 사진기처럼 엄마의 얼굴을 담아 두고 싶다. 하지만 난 엄마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늙어버린 엄마의 모습과 죄스러움과 기쁨으로 내 시야는 눈물에 가려버릴 테니까. 내가 이제 엄마에게 해드릴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하지만 엄마가 나에게 바라는 건 살아가주는 것이기에 살아간다. 내가 웃으면 엄마가 행복해하시기에 난 웃으며 살아간다. 내가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엄마는 나에 대해 걱정을 덜하시기에 난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웃으며 살아간다. 내 몸은 비록 한줄기 빛조차 들지 않는 어둠속에 있지만 내 마음은 엄마의 사랑을 알게 하시고 엄마와의 이생에서의 시간을 다시 갖게 해주신 하늘께 감사하다. 그리고 마음의 눈으로 살라는 엄마의 말씀처럼 이런 내 마음을 등불삼아 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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