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요구르트, 옹이)
허상욱(시인)
요구르트
이른 아침 잊지 말고 날 꼭 찾아줘
내 장은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하니까
묵직한 곳에서 쌓인 당신을 위해 나는 살아
직장의 것은 직장에
결장의 것은 결장에 살거든
날 잊으려 애쓰지 말았으면 좋겠어
배설할 것까지 생각하며 먹는 당신이
난 너무 좋아
옹이
입도 항문도 내 몸의 일부여서
가릴 것을 구분합니다.
뚫린 위치가 자리가 되는 나무에
어디로는 새가 와서 살고
또 어디로는 벌레가 깃듭니다.
늙은 나무에 가난한 새와 어린 벌레가 또 와서 살지만
하나는 먹는 놈이고 다른 놈은 먹히는 놈입니다.
눈도 다 보는 게 아니듯
입이라도 다 말이 아닙니다.
(2019. 6. 1. 제102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