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교육, 이렇게 권하고 싶다
조희태
영어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수학에도 왕도가 없다. 따라서 점자 학습에도 왕도가 없다. 그저 여러 번 찍어보고 수없이 만져보던 중 어느 날 문득 손 느낌이 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어느 날이 백년하청으로 많은 세월을 투자했는데도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는 사람이 허다하다. 그리고 싫증을 느껴 점자 배우기를 그만 두는 사람도 적지아니하다. 그래서 점자 학습에는 왕도가 있어야하고 그 왕도가 있다. 그 왕도에 대하여 몇 자 언급해본다.
먼저 초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를 살펴보면 쓰기보다 읽는 학습이 우선이다. 따라서 점자 교육도 찍는 학습보다 읽는 학습이 우선이어야 한다.
국어 교과서는 자음, 모음, 음소를 가르치기보다 어머니, 아버지, 나, 너, 우리, 친구 등의 낱말을 익히게 한다. 음소나 음절 익히기를 지양하고 낱말로 글자를 익히게 하고 있다.
점자는 63가지를 머리로 외워야하고, 그것을 손가락이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한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6가지, 두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15가지, 세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20가지, 네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15가지, 다섯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6가지, 그리고 여섯 점으로 이루어진 글자 한 가지, 도합 63가지를 머리로 외워야 하고, 손가락이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2-4점은 ㄷ, 4-5점은 ㅂ, 이렇게 익히는 것을 지양하고, 초등학생이 한글을 낱말단위로 익히듯 점자도 그런 방법을 꾀하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손가락 느낌상 다음 글자를 익히는 게 최우선이다.
공, 농, 동, 롱, 몽, 봉, 송, 옹, 종, 총, 콩, 통, 퐁, 홍 이 14자를 통하여 초성 14자와 옹이라는 글자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이것을 한참 연습한 후 곡, 녹, 독, 록, 목, 복, 속, 옥, 족, 촉, 콕, 톡, 폭, 혹 이 14자를 통하여 초성을 복습하고, 새로운 글자 옥을 익힐 수 있다. ‘옥’이라는 글자는 어느 글자보다 손가락 느낌이 잘 오는 글자이다. 그래서 곡, 녹, 목, 복, 혹 등을 먼저 익히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군, 눈, 둔, 룬, 문, 분, 순, 운, 준, 춘, 쿤, 툰, 푼, 훈 이 14자를 익힌다. 지금까지 63가지 중 17가지를 익힌 셈이다. 홍콩, 운동, 동공, 눈운동, 목록 이런 낱말들을 통하여 이미 학습했던 것을 복습하게 한다. 점자 초기 학습은 점필로 찍는 학습을 지양하고, 손가락 느낌이 올 때까지 읽는 학습을 한다.
아무리 좋은 학습 방법일지라도 배경 지식 및 손가락 민감도, 머리의 반응도에 따라 나타나는 학습결과는 다양하다. 6학년이 되었는데도 한글을 모르는 학생들이 더러 있다. 마찬가지로 점자 익히기가 힘든 사람이 상당 수 있다. 가르치는 사람은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에 맞는 다른 학습방법이 있는가 모색해야 하리라.
참고로 초등학교 1학년 한글 익히는 과정을 적어본다. 처음 배우는 낱말 나, 너, 우리, 친구, 선생님, 아버지, 어머니, 아기, 나, 우리, 가족, 거미, 나무, 나비, 참새, 제비, 구두, 지우개, 모자, 바지, 바구니를 배운 다음 자음을 학습한다.
그리고 다음 배우는 낱말 가지, 나무, 딸기, 도토리, 레몬, 모과, 복숭아, 사과, 앵두, 자두, 참외, 콩, 토마토, 포도, 호박을 배운 후 모음을 학습한다.
한글 익히기와 점자 익히기가 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과정을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배우는 사람이 좋아하는 낱말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음표, 마침표, 느낌표 등 문장부호는 손가락 느낌이 익숙해질 때까지 학습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학습방법일지라도 배우는 자의 의지가 없으면 기대할 수 없다. 그 의지를 촉구하는 유인책도 깊이 고려하며 학습에 나가야 한다.
논어 ‘공야장’에 ‘문일지십, 문일지이’라는 말이 있다.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았고 자공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았다. 점자 익히기에서도 안회와 자공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하나를 들으면 겨우 하나를 알고 열 번을 들어도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때 점자 지도 선생님의 마인드가 열려있어야 한다. 점자가 절실히 필요하여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시간을 때우고자 친구 따라 점자교실에 오는 사람도 있으리라. 점심도 주고 오고가는 교통수당에 마음이 끌리어 온 사람도 있으리라. 이런 분들을 돈 때문이라고 매도하지 말고 어둠속에서 혼자 외롭게 있음을 박차고 밖으로 뛰어 나온 그 용기를 오히려 높이 사야한다.
효과적인 점자 교육을 이야기 하다가 곁길로 빠진 감이 없지 않지만 인사가 만사라고 이런 일을 간과할 수는 없다. 어둠 속에 혼자 갇혀 있는 사람을 밖으로 나오게 하여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다면 노래교실이면 어떻고 오락교실이면 어떻고 점자교실이면 어떠하랴? 이런 열린 마음속에서도 점자 교육의 본질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고스란히 지도교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2019. 4. 15. 제102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