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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진강에서 영산강까지 사이클 타고 씽씽(조승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6-01 오전 9:33:08

조회수 3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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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섬진강에서 영산강까지 사이클 타고 씽씽(조승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7-06-01 오전 9:33:08 (조회 : 3062)
섬진강에서 영산강까지 사이클 타고 씽씽

조승현(한시련 동작지회장)
  따뜻한 이불 속이 그리운 5월의 새벽이다. 난 왜 집을 떠나 이렇게 5월의 밤이 새도록 개 떨듯 달달 떠는지 알 수 없다. 5월의 새벽이 왜 이다지도 춥단 말인가. 지붕만 있는 길가에 세운 정자는 비는 막아 주겠지만, 안개는 막아 주지 못했다. 침낭으로 여과 없이 스멀스멀 기어드는 축축한 안개가 심술 굳은 탓일까? 빼꼼히 얼굴을 침낭 밖으로 내밀어 보았다. 스프레이로 물이라도 뿌리는 것 같이 얼굴이 축축하게 젖는다.
  이른 새벽잠에서 깨고 보니 배가 슬슬 고파지면서 따끈한 커피도 생각나고 뜨끈한 콩나물국도 먹고 싶다. 파일럿은 이런 내 맘을 싹 무시하고 빨리 일어나서 배낭에 침낭 챙기고 출발하자고 재촉한다. 그리고 달랑 인절미 한 팩과 물 한 병을 건네준다. 매정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게 아침이다. 내 나이 이미 70살 넘어 71살인데 효 사상이 하나도 없는 거 아냐 이거. 조금이라도 가벼워야 사이클 타기 좋다고 달랑 침낭 하나 배낭에 넣고 왔다. 다른 먹거리가 있을 리 없다. 섭섭하지만 별수가 없겠다. 그거라도 안 먹으면 달리지 못한다. 페달을 열심히 밟으려면 꾸역꾸역 입에 넣고 씹어야 한다.
  사이클 여행길, 5월의 섬진강은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고 했지. 봄의 꽃인 매화를 시작으로 노랗고 작은 꽃망울의 산수유와 흐드러진 벚꽃이 시샘하듯이 피어나 저절로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라는 노랫말이 생각나게 하는 섬진강변. 사실 그 꽃들의 향기를 헤치고 1박 2일의 사이클 여행길의 유혹은 가슴을 부풀게 하기 충분했다. 광양에서 매화마을. 평사리, 화개장터, 구례, 가정마을까지가 제1코스.
  그런데 첫날 노숙지인 광양의 새벽은 안개가 대단하다. 노숙하면서 밤새 자는지 마는지 달달 떨던 몸으로 안개 속을 헤치고 선뜻 나서기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섬진강변의 벚꽃을 아른아른 상상하며 자전거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안개는 여전히 온몸을 적시지만 뒤늦게 꽃망울을 터트린 벚꽃 향기가 코밑을 스친다.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의 국화는 가을에 피는 국화라고 전하고 싶다.
  어느새 안개가 걷히고 땀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살살 넓적다리가 후들댄다. 갈 길은 멀고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나이는 속일 수 없나 보다. 이런 나를 하늘이 돕는지 펑크가 났다. 파일럿이 사이클을 세우고 펑크를 때우는 사이에 좀 쉴 수 있어서 좋았다. 달리는 동안 이상하게도 펑크가 4번이나 났다. 그때마다 파일럿은 잽싸게 펑크 난 곳을 때우고 출발했다. 재주도 귀신같다. 천천히 펑크를 때우면 좀 더 쉴 수 있는데 아쉽다. 무정한 사람 같으니라구!
  여하간 기운 차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서야 한다. 구름이 낮게 깔린 섬진강은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곡성 기차마을을 지나 남원과 순창의 들판을 지나면 임실이란다.
  섬진강 자전거 길은 광양 배알도 해수욕장에서 임실 섬진강댐까지 총 154킬로미터이다. 그런데 제2코스인 영산강 자전거 길을 달리려면 담양댐까지 가서 노숙해야 한다며 또 헉헉대며 담양까지 달려야 했다. 노후 된 엔진 같은 늙은 육신이 숨이 차고 가슴이 터질 거 같다. 그러나 그건 참을만하다. 안장을 새로 바꾸었는데 이게 문제가 될 줄이야. 아이고 엉덩이 아파라! 반도 못 왔는데 안장통이라니 이거 큰일 났다. 사이클이 튈 때마다 거기가 아파 죽을 거 같다. 거기가 어디냐 하면 항문 바로 앞이고 양쪽 볼기짝 안쪽이다. 페달은 밟아야 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고 아이고 아파 죽겠네. 서해로 흘러 300리 호남벌을 적시는 영산강자전거길은 담양호 아래 대성교에서 강둑을 타고 목포의 영산강 하구둑으로 달리는 코스라는데 여하간 내일 목포 버스터미널까지 가야만 노숙 안하고 서울 간다며, 안장통으로 엉덩이가 아프거나 말거나 담양까지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참고 달리란다.
  제1코스의 도착지이자 출발지인 담양댐 근처까지 겨우 왔다. 마침 대나무로 만든 정자가 있다. 사이클을 세우자마자 사이클 슈트 속으로 손을 넣어 아픈 엉덩이를 살그머니 만져보았다. 끈적이는 게 만져진다. 더럽게 쓰리고 아프다. 피부가 벗겨진 게 틀림없다. 지긋지긋한 인절미 몇 개 집어먹고 물 마시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서 정신없이 잠에 빠졌다. 내 다시는 인절미 안 먹을 거다.
  새들이 시끄럽게 합창하는 소리에 눈을 뜨니 새벽이다. 이제 겨우 새벽 5시. 여전히 거기가 아프다. 살그머니 만져 보았다. 아고고, 손도 못 댈 정도로 아파 죽겠다.
  목포까지 가는 자전거 길은 왜 그렇게 탁탁 튀는 곳이 많은지 모르겠다. 사이클이 튈 때마다 이건 고문이었다. 조금만 참으세요. 조금만 더! 이러면서 달리고 또 달리다 보니 나주와 무안을 연결하는 몽탄대교를 건넜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목포 터미널이란다. 그놈의 목포는 왜 이렇게 멀리 있는지 아 정말 아파 죽겠다. 지옥이 따로 없다 여기가 지옥이고 지금이 지옥 아닌가. 쓰리고 아픈 걸 조금이라도 견디겠다고 요리조리 엉덩이 틀어보았자 좁은 안장 위에서 아픈 게 나아질 리는 없다.
  그러는 사이에 언제 목포 터미널까지 왔는지 모르겠다. 다시는 사이클 탈 생각이 없다. 목포 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알코올로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데 정말 죽을 만큼 아프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할 줄이야. 다시는 사이클 안타겠다고 툴툴거리더니 다음 주에 춘천까지 당일로 다녀오는 라이딩이 있다고 파일럿에게 전화가 왔다. 벌써 춘천가도를 씽씽 달리는 그림이 그려진다. 아, 빨리 엉덩이가 나아야 할 터인데 젠장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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