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묵묵히 목회자의 길을 걸어온 시각장애인
지난 9월 6일, 시각장애인이 국내 최초로 교단 총회장에 두 번이나 당선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려개혁의 손용헌(67세, 1급) 목사다.
고려개혁 총회는 한국교회연합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가입 교단으로, 손 목사는 100여 개 교회의 목회자와 장로 대의원 96명을 대표하는 총회장으로 연임하게 됐다.
손용헌 목사는 “일반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단에서 시각장애인이 총회장이 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인데 하나님의 은혜로 알고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말하며 “이를 계기로 시각장애인이 위상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말만 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행하는 교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 목사가 목회자가 된 것은 1982년이지만, 뒤돌아보면 훨씬 오래 전부터 무엇에 이끌리듯 목회자로의 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가 시력을 잃게 된 것은 21살 때였다. 꿈도 많고 희망도 많던 청년이었기에 실명이란 위기는 너무나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렇게 2~3년간 좌절 속에서 허우적대던 그가 휴양 차 절을 찾았을 때였다. 방안에 무력하게 앉아 있던 그에게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고.
“네가 왜 여기 있느냐.”
그 뒤로 손 목사는 고향으로 돌아가 교회를 찾았다. 다시 희망을 되찾은 그는 점자와 안마, 침술 그리고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지만 서울로 상경해 신학교에 입학했다. 침술원을 운영하여 생활비를 벌면서 계약신학교와 대한신학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하지만 그는 졸업 후에도 목회자로서 선뜻 발을 내딛지 못했다. 시각장애인이 무얼 할 수 있겠냐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81년이었을 거에요. 고향의 목사님과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러시더라구요. 하나님의 세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손용헌 씨는) 보지 못하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 그 말씀이 가슴에 확 와 닿았습니다.”
이후 손 목사는 1년 뒤 대전 서구에 ‘변동장로교회’를 개척했다. 그렇게 목회자로서 세상에 발을 내딛은 지 어느덧 3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숱한 위기가 그를 찾아왔다. 점자정보단말기와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었기에 20권이나 되는 점자성경을 가지고 다니는 일도, 설교 준비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좋지 못한 인식이었다.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습니다. 저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목회활동을 하는 것임에도 어떤 사람들은 교인들이 동정해서 목회가 되는 것이라고 보더라구요. 앞으로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손 목사는 목회 활동 외에도 한국시각장애인기독교 연합회 이사, 대전기독교방송 운영이사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전 서구 봉곡동에 노인쉼터를 운영하는 등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을 돕고 있는 한편, 한마음복지원에서 지압과 침술 등으로 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교단의 총장으로서, 그리고 변동장로교회의 목사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실천하고, 퇴임 후에는 이료봉사를 통해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그는 장애로 인해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저 자신도 살 길을 찾지 못해 죽을 생각만 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으니 그 길이 열리더군요. 어떤 장애를 입었다 할지라도 절망하지 말고 예수님을 믿으면 하나님이 살 길을 열어주십니다. 장애 때문에 좌절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꼭 예수님을 믿고 인생을 새출발하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랍니다.”
(2014.10.15 제91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