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각장애인 이동권 보장> 교통 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오히려 ‘차별’
프랑스계 한국인으로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이다도시 씨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그는 가이드를 따라 구경을 하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고 한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볼 수 없었던 것. 가이드에게 “이 나라는 장애인이 없나요?”라고 질문을 던졌지만, 가이드도 그저 고개를 갸우뚱 할 뿐이었다. 그렇게 관광을 하던 중 결국 그 이유를 깨닫게 된 그는 소리쳤다.
“장애인이 다닐 수 있을 만한 장치가 없네요! 그러니까 장애인들이 못나오지요!”
이십여 년 전에 있었던 일화지만, 지금까지도 ‘이동권 확보’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아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다.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이 법에 근거하여 ‘특별교통수단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통약자 수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차량 대수와 지자체별 다른 요금 체계 등의 문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교통약자’에 해당되지만 ‘특별교통수단’의 이용대상에서 제외돼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본지에서는 특별교통수단 제도의 문제점과 국내외 사례를 짚어보는 등 3회에 걸쳐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 콜택시 요금 체계 ‘천차만별’
현재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교통수단에는 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와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차량(이하 복지콜)이 있다. 여기에 몇몇 지자체에서 택시를 임차해 바우처 형태로 운영하는 장애인전용 개인택시(이하 임차택시)가 있다.
장콜과 임차택시는 국토해양부 소관으로 지자체에서 조례를 정해 지원하고 있다. 반면, 복지콜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과거 보건복지부 소관이었지만 현재 지자체로 이양됐다.
장콜과 임차택시, 복지콜 모두 장애인을 위한 교통수단이지만, 장콜과 임차택시는 ‘교통약자이동지원법’에 의거 ‘특별교통수단’에 해당되기 때문에 국토해양부의 소관 아래 지자체에서 조례를 정해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복지콜은 과거 보건복지부 소관이었다가 지방으로 이양된 사업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다. 복지콜의 경우 소관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특별교통수단’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특별교통수단’과 ‘복지콜’ 모두 정부 주도 사업이 아닌 각 지자체와 심부름센터로 이임된 사업이다 보니 요금 체계를 비롯한 운영 규정이 다르게 운영된다는 점에 있다. 예산이 풍부한 지자체는 차량 대수가 많고 요금도 저렴하지만, 경제적으로 낙후된 곳일수록 차량 대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지역이더라도 요금 차이가 세 배 이상 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시각장애인은 ‘복지콜’ 외의 차량은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까닭에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장콜과 임차택시의 요금체계는 5km까지는 1500원, 10km까지 km당 300원, 10km 초과 시 km당 35원이 계산된다. 먼 거리를 이용할수록 총 요금도 증가하지만, 시 조례에서 총 요금이 도시철도 요금의 3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까닭에 타 지역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복지콜의 요금체계는 5km까지 2000원, 5km 초과시 500m당 100원이 계산되며, 일정 속도 이하로 주행할 때는 100초당 100원이 추가되는 시간거리병산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먼 거리를 이용하거나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을 지날 때에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30km를 이동한다고 했을 때 장콜과 임차택시는 3700원이 나오지만 복지콜은 7000원 이상이 나오게 된다.
이 때문에 작년 가을 서울시 거주 시각장애인들이 복지콜 요금 청원 운동을 벌이며, 자신들도 장콜과 임차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서울시, 규정상 문제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서울시설관리공단의 입장은 “장콜의 경우 이용 대상이 1~2급 지체 장애인 및 뇌병변 장애인과 휠체어 이용 장애인으로 한정돼 있고, 시각장애인은 시각장애인심부름센터 차량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임차택시 이용대상에도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애초부터 특별교통수단의 도입 목표는 보행이 불편한 이들, 즉 휠체어 이용자만을 위한 것이라는 것”인데다가 “다른 이동수단이 갖추어진 경우 법정대수에서 제외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며 서울시의 입장을 두둔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과 국토교통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에 시각장애인들은 “교통 약자를 위한 특별교통수단이 우리를 차별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허탈함을 표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 남병준 교육실장도 “임차택시는 비휠체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인데, 시각장애인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라고 지적하며, “요금에 대한 문제가 있다면 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03.01 제90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