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맹학교 일부교사들 맹학생 성추행 파장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교직원들이 4년 동안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폭행을 저지른 사건을 영상에 담은 영화 ‘도가니’와 비슷한 사건이 최근 맹학교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부산맹학교 일부 교사들이 교내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으로, 올해 7월 한 교사가 장애계 단체에 제보하면서 드러났다.
제보자인 A교사는 지난 7월 16일 수업시간에 윤리과목을 가르치는 B교사가 학생들에게 신체 접촉을 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이 내용을 성고충상담원인 보건교사에게 신고했다.
보건교사가 피해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파악된 정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드러난 피해자만 4명(중학생 1명, 고등학생 3명)에 달했고, 3년 동안 이어졌다. B교사뿐만 아니라 몇몇 교사들도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학생들의 진술에 의하면, 혐의를 받고 있는 교사들은 교육을 핑계로 뒤에서 강제로 끌어안거나 짧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허벅지를 만졌다. 심지어는 ‘옷 안으로 손을 넣은 적이 있어 피해 다녔는데 교사가 아빠라고 생각하라는 말을 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도 밝혔다.
보건교사는 이와 같은 내용을 교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즉각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성추행고충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은 채 사건을 은폐하기에만 급급했다. 오히려 제보교사는 교무부장에게 질책성 전화를 받고, 가해교사에게 욕설까지 들었다.
부산시교육청은 ‘가해교사가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내부종결 처리했다’는 학교 측의 보고만 듣고 적절한 조치는커녕 “(그 정도는) 성추행이 아니지… 앞으로도 (교사의) 남은 인생이 많은데…” 등 자질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해 학부모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여론이 들끓자 시교육청은 진정 접수가 이뤄진지 3개월이 지나서야 성추행에 가담한 일부교사들 중 현장에서 들킨 윤리교사 B씨에 대해서만 직위해체 조치를 내렸다. 또한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한 교장, 교무부장, 장학관 등도 직위해제하고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교육부도 사안이 심각해지자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사건의 은폐·축소에 가담한 사람은 파면 등 법령에서 정하는 최고의 엄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현재 B교사는 2010년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여학생 4명의 몸을 끌어안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등 총 7차례에 걸쳐 강제추행을 일삼은 혐의로 부산경찰청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다.
한편, 부산시의 8개 장애인 단체들은 ‘부산맹학교 성추행 사건 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10월 28일 부산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와 더불어 처벌 등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권익을 최대한 지켜야 할 특수교사가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분노를 느끼며, 큰 충격에 빠졌다”면서, 성추행 가해교사와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한 교직원들의 파면을 요구했다.
부산맹학교 학부모 대책위 주배규 위원장도 “교사 수도 적지 않은 학교에서 이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데도, 어느 하나 자신의 책임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전부 자기방어에만 열중하고 있는 썩은 학교를 오늘 이 자리에서 고발함과 동시에 그들이 교단에서 퇴출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회장은 “현재 알려진 피해 학생은 4명이지만, 졸업생을 비롯한 다른 학생들을 고려하면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장애인 특수학교를 전수 조사라도 해서 학교 내 성폭력 문제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부산교육청 소관 학교(일반학교 포함)에서 지난 4년 동안 8건의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중징계 처분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면서, 피해는 늘 약자인 학생들 몫이라고 분통해 했다.
성추행 피해 학생들은 다행히도 정신적인 피해는 없다고 한다. 학생들은 오히려 사건을 제보한 A교사가 내부고발자 취급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도가니’ 사건이 얼마나 더 반복돼야 장애 학생에 대한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까. 아동ㆍ장애인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도가니법’ 제정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엄정한 법 집행을 기대한다.
(2013.11.15 제893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