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창립 20주년 맞아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돕는 든든한 동반자이자 귀여운 벗인 안내견. 이 안내견을 양성하고 보급하는데 힘써 왔던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여 오는 12월 23일 삼성화재 본관에서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20주년 기념식>이 열릴 예정이다. 기념식은 안내견과의 추억이 담긴 수기집과 시집 발간을 기념하는 출판기념회와 사진전, 그리고 안내견 하반기 기증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 1994년 국내 첫 안내견 분양돼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이하 안내견학교)는 1993년도에 설립되었고, 이듬해 첫 안내견 ‘바다’를 배출했다. 간혹 미국, 유럽 등에서 안내견을 데리고 들어오는 시각장애인도 있었지만 사후관리의 어려움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당시 첫 안내견을 분양하게 된 행운의 주인공은 혜광학교 재학생이던 양현봉 씨였다. 첫 분양이었던 만큼 합격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안산에서 1~2시간이나 걸리는 인천 혜광학교까지 매일 통학하며 재활훈련을 하던 양 씨의 의지가 돋보여 다른 희망자들을 누르고 선정됐다.
이후 안내견학교에서는 매해 평균 10마리 내외의 안내견이 분양돼 왔으며, 2013년까지 분양된 안내견은 150여 마리에 달한다.
▶ 안내견으로 인한 인식 변화
2년 전 지하철에서 한 여성이 안내견을 데리고 탄 시각장애인에게 “누가 교양 없이 이렇게 큰 개를 데리고 지하철에 타? 미친거 아니냐”며 막말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었다. 당시 네티즌 사이에서는 해당 여성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며,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자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나 10년 전이었다면 지금과는 달리 시각장애인에게 주변인들의 냉담한 반응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유석종 안내견학교 주임은 “그동안 인식개선이 많이 이뤄져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도 안내견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안인들이 안내견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안내견의 보급으로 인해 주변의 인식이 변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의 삶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안내견을 분양을 받은 뒤로 삶이 즐거워졌다고.
그는 “눈이 안보여서 불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안보이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거나 그로인해 남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불행해지는 것”이라며, 안내견으로 인해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고 간섭받지 않고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즉, 안내견으로 인해서 삶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며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것.
▶ 안내견 보급수는 선진국의 지표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내견은 60마리다. 안내견을 배출하고 있는 곳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외에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두 곳뿐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다양한 안내견학교가 존재하며 한 학교당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안내견이 2,100여 마리에 달한다. 매년 배출되는 안내견 수도 350여 마리나 된다. 영국의 경우 GDBA를 중심으로 캠퍼스 형태의 수많은 안내견학교가 존재한다. 현재 활동 중인 안내견은 4,500여 마리이며, 매년 배출되는 안내견 수는 800여 마리에 달한다. 전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은 4만여 마리정도다.
유석종 주임은 “안내견이 많이 보급된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고 말한다. 안내견의 수만큼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이 많으며, 그 사회가 그만큼 시각장애인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음을 드러내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각장애인이 사회활동을 하기에는 사회 여건이 미흡하고, 그나마 사회활동이 활발한 시각장애인도 활동보조인이나 콜택시에 의지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활동 중인 안내견 수가 적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등록 시각장애인 수(2012년 기준 252,564명)에 비해 활동 중인 안내견 수가 적다는 지적에 “물론 분양된 안내견 수가 적기는 하지만 등록 시각장애인 숫자를 기준으로 적다고 보면 안된다”라고 답했다. 안내견이 필요할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 대략 1~2급 정도만 따지면 4만여 명으로 대폭 줄어드는데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는 이들과 노인, 아이들을 제외하고 개를 싫어하거나 키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까지 빼면 몇백 명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신청 수요는 대체 분양(기존 안내견 은퇴로 인한)을 포함해 평균 100명 정도라고.
그는 “안내견에 대한 수요가 적은데 공급만 늘어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사회 여건이 개선돼 사회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많아지고, 그로인해 안내견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3.12.15 제89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