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 시각장애인계의 대응은?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앞두고 시각장애인계가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지난 7월 20일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강당에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최로 ‘장애등급제 폐지에 따른 시각장애인 대응방안 마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좌장은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 기조 발제는 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동기 교수가 맡았다. 시각장애인계를 대표해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조성재 교수,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 윤상원 서울지부장,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조봉래 원장, 이용자 대표 최경천 씨가 토론에 나섰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이하 등급제) 폐지가 시각장애인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책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 장애등급제 폐지는 어떤 의미인가
김동기 교수는 등급제 폐지는 궁극적으로 장애인 인권의 존엄을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등급제는 의료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일 등급=동일 요구=동일 서비스’라는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수량화시켜 놓은 제도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장애인 서비스 공급자인 정부 친화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 예산의 단순 편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장애인 이용자가 소극적인 서비스를 받고, 수동적 대상이 되는 문제점을 발생하게 한다.
정부는 등급제 폐지가 되면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서비스를 탈피한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방식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종합판정체계에 따라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전달하게 된다. 정부는 행정가나 안내자가 아닌 ‘사례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김 교수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판정표 개발과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내용은 사실상 이론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부터 20개 부처가 참여하는 등급제 폐지시행준비단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지 초기의 혼란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성재 교수도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등급제가 없어도 개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정체계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읍·면·동을 중심으로 종합서비스를 전달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맞춤형 서비스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등급제 폐지 후 장애인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감면·할인서비스 적용 대상 판정이 가능하고, 급여량도 결정할 수 있는 세밀한 종합판정표가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관협력 모델 개발과 개인 예산제 도입도 제안했다.
* 장애등급제 폐지는 시각장애인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토론 참여자들은 30년간 이어져 온 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계에 엄청난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조봉래 원장은 “장애 출현율을 따져봤을 때, 인구의 5%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가족을 포함한다면 10%가 등급제 폐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애인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용자 대표 최경천 씨는 “중도 실명 후 9년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몸 어딘가에 ‘1급’이라는 파란색 잉크가 찍힌 듯해서 자괴감을 느끼고 살아왔다”며 등급제 폐지를 반겼다. 장애가 사회적 개념으로 재정립되는 것은 모든 장애인의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등급제 폐지가 가져올 혼란과 시각장애인에게 닥칠 불리함에 주목했다. 특히 급여량 감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강윤택 소장은 “이번 등급제 폐지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안마사제도 위헌제청과 맞먹는 수준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각장애인계에서는 한시련을 필두로 공식적으로 등급제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계가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판정표안과 개편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안이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윤상원 서울지부장은 “종합판정표를 봤는데 시각장애인 급여량이 7.6%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판정 지표를 만드는 데 시각장애인계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현재 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서 장애인단체 추천 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한진 교수는 “활동보조 서비스에 관해서 시각장애인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외에 다른 지표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민관협의체에 시각장애인계가 어떤 요구사항도 전달한 바가 없었다.
* 시각장애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시각장애인계의 대응에 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대부분 시각장애인계가 등급제 폐지에 무지했고, 대응도 미비했다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특히 한시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성재 교수는 “등급제 폐지에 관한 논의는 6년 전부터 나왔는데, 50만 시각장애인을 대표한다는 한시련에서는 대응책 마련은커녕 여전히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토론자가 한시련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윤상원 서울지부장은 “다소 늦었지만 7월부터 한시련은 복지위원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에 관한 대응을 시작했다”며 서울지부도 중앙회와 함께 등급제 폐지에 관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조봉래 원장은 “올해 넓은마을에 올라온 등급제 폐지에 관한 글은 12개 정도뿐”이라며 시각장애인 개인의 관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시각장애인들이 관심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강윤택 소장은 “만약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한 종합판정표가 나온다면 다함께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그 이전에 우리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기 교수는 “기존 급여량이 줄지 않도록 종합판정표 개발과 적용 과정에 시각장애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자립능력을 신장시켜 줄 수 있는 추가급여 개발이 가능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등급제 폐지는 어떤 의미인가
김동기 교수는 등급제 폐지는 궁극적으로 장애인 인권의 존엄을 지향하는 정책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등급제는 의료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일 등급=동일 요구=동일 서비스’라는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수량화시켜 놓은 제도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장애인 서비스 공급자인 정부 친화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정부 예산의 단순 편성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따라서 장애인 이용자가 소극적인 서비스를 받고, 수동적 대상이 되는 문제점을 발생하게 한다.
정부는 등급제 폐지가 되면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서비스를 탈피한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즉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방식으로 전환된다고 설명한다.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종합판정체계에 따라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전달하게 된다. 정부는 행정가나 안내자가 아닌 ‘사례관리자’ 역할을 맡는다.
김 교수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종합판정표 개발과 이용자 중심의 맞춤형 전달체계 구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내용은 사실상 이론적인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5월부터 20개 부처가 참여하는 등급제 폐지시행준비단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시행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폐지 초기의 혼란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조성재 교수도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는 등급제가 없어도 개별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정체계가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전무하다시피하다”고 지적했다. 읍·면·동을 중심으로 종합서비스를 전달하겠다고 하지만, 이를 소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맞춤형 서비스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등급제 폐지 후 장애인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감면·할인서비스 적용 대상 판정이 가능하고, 급여량도 결정할 수 있는 세밀한 종합판정표가 개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관협력 모델 개발과 개인 예산제 도입도 제안했다.
* 장애등급제 폐지는 시각장애인계에 어떤 영향을 줄까?
토론 참여자들은 30년간 이어져 온 등급제를 폐지하는 것은 장애인계에 엄청난 변화를 주게 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조봉래 원장은 “장애 출현율을 따져봤을 때, 인구의 5%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가족을 포함한다면 10%가 등급제 폐지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애인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많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용자 대표 최경천 씨는 “중도 실명 후 9년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오면서 몸 어딘가에 ‘1급’이라는 파란색 잉크가 찍힌 듯해서 자괴감을 느끼고 살아왔다”며 등급제 폐지를 반겼다. 장애가 사회적 개념으로 재정립되는 것은 모든 장애인의 염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등급제 폐지가 가져올 혼란과 시각장애인에게 닥칠 불리함에 주목했다. 특히 급여량 감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강윤택 소장은 “이번 등급제 폐지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안마사제도 위헌제청과 맞먹는 수준의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각장애인계에서는 한시련을 필두로 공식적으로 등급제 폐지를 반대하기도 했다. 그만큼 시각장애인계가 불리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합판정표안과 개편되는 활동지원서비스 인정조사표안이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윤상원 서울지부장은 “종합판정표를 봤는데 시각장애인 급여량이 7.6% 정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런 판정 지표를 만드는 데 시각장애인계의 의견도 반영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현재 등급제 폐지 민관협의체에서 장애인단체 추천 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한진 교수는 “활동보조 서비스에 관해서 시각장애인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외에 다른 지표가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민관협의체에 시각장애인계가 어떤 요구사항도 전달한 바가 없었다.
* 시각장애인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시각장애인계의 대응에 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대부분 시각장애인계가 등급제 폐지에 무지했고, 대응도 미비했다는 성토가 주를 이뤘다. 특히 한시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조성재 교수는 “등급제 폐지에 관한 논의는 6년 전부터 나왔는데, 50만 시각장애인을 대표한다는 한시련에서는 대응책 마련은커녕 여전히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대부분의 토론자가 한시련의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
이에 윤상원 서울지부장은 “다소 늦었지만 7월부터 한시련은 복지위원회를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에 관한 대응을 시작했다”며 서울지부도 중앙회와 함께 등급제 폐지에 관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다짐했다.
조봉래 원장은 “올해 넓은마을에 올라온 등급제 폐지에 관한 글은 12개 정도뿐”이라며 시각장애인 개인의 관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시각장애인들이 관심을 모아줄 것을 요청했다.
강윤택 소장은 “만약 시각장애인에게 불리한 종합판정표가 나온다면 다함께 투쟁에 나서야 한다”며 “그 이전에 우리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기 교수는 “기존 급여량이 줄지 않도록 종합판정표 개발과 적용 과정에 시각장애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의 자립능력을 신장시켜 줄 수 있는 추가급여 개발이 가능하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 8. 1. 제100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