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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정승아 강사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6-15 오전 1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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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인터뷰>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정승아 강사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6-15 오전 10:02:51 (조회 : 2541)
<인터뷰>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 정승아 강사
 
  “등 뒤에 직업이 쓰인 스티커를 붙여둘게요. 그 스티커를 동료에게 보여주고 서로 인사를 나눠보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 살펴보고, 내 직업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한 동료는 “제게 다들 빨리 오라는 말만 하고 조금 하대하는 느낌이다”고 투덜거렸다. 다른 동료는 “나를 부러운 눈초리로 보고, 뭔지는 모르지만 잘 부탁한다고 하더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 동료의 등에는 ‘배달원’, 두 번째 동료의 등에는 ‘건물주’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성프란치스꼬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 소속 정승아(여, 46세, 시각장애 1급) 강사의 수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서로 역할을 설정하고 그 상황에서 자신과 상대의 행동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그 사람의 외모나 직업에 따라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왜 그럴까? 정 강사는 이것을 ‘차별’이나 ‘편견’ 혹은 ‘고정관념’이라고 했다. 차별이나 편견이 존재하기에 ‘평등’을 주장해야 하고, 그것이 바로 ‘인권’이라고 설명한다.
  * “나의 불편으로 시작했지만, 모든 사람의 인권을 생각하게 됐죠”
  정승아 강사는 현재 유·초·중·고등학교,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 교육’을 하고 있다. 벌써 육 년째다. 그동안 연극, 동화 구연, 바리스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했던 정 강사가 인권에 관심을 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장애인으로 살다 보면 불합리한 점을 겪을 때가 많고,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을 때도 있잖아요? 인권 공부는 어쩌면 나의 불편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어요. 공부하다 보니 장애인 인권으로 시작해 아동, 노인, 여성 인권으로 점점 영역이 넓어지더라고요. 그런데 공부를 시작할 당시에는 비장애인 강사가 비장애인에게 장애인 인권을 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장애인 인권 분야만큼은 장애인 당사자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권 강사가 되려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인권 강사로서 요즘 사람들에게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일에 치이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나의 인권도 없는데 장애인, 혹은 다른 소수자의 인권을 돌아보라고 권유하는 게 무리일 수도 있어요. 그럴 때는 외국의 장애인 개념을 말해줘요. 장애인의 개념부터 달라지도록 말이죠. 우리나라는 신체적·정신적 장애만을 장애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외국에서는 에이즈, 암, 비만, 임산부, 학습장애,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등 삶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포함돼요. 영역이 넓어지니 나도 언젠가는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거죠.”
  사회복지사와 이용자, 활동보조인과 이용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서 누구의 인권이 우선인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정 강사는 보다 열악한 쪽의 인권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사회복지사, 활동보조인과 이용자의 인권이 대립할 때 그것이 권리의 대립인지 인권의 대립인지를 따져봐야 해요. 대부분 권리의 대립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인권의 대립이라고 할 때는 누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짚어보고, 그 환경에 놓인 사람의 인권부터 지켜주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인권선언문에서도 ‘우선 약자의 인권을 생각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답니다.”
  * 내가 시합에 지더라도 잠들어 있는 친구를 깨워 함께 가는 것
  정 강사는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여러 기관에서 장애인 인권 강사 양성 과정을 이수했다. 하지만 대부분 강사 양성 이후에 후속 지원은 없다. 강사 스스로 강의처를 찾고 혼자서 살아남아야 하는 구조다. 그래서인지 강사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 강사는 동료 강사들과 현재 재직 중인 복지관에 장애인 인권 강사가 직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런 결과 3년 전부터는 6명의 장애인 인권 강사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조금이라도 안정적인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죠. 기관에 소속돼 있으니 강사들끼리 회의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역량을 쌓을 수도 있어요. 끈끈한 연대감도 생겼답니다.”
  정 강사는 어떤 양성 과정보다 강연하면서 몸소 체험하는 사례, 동료 강사와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역량을 쌓아가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고 말한다. 사례가 차곡차곡 모여서 좋은 강의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간혹 강연 중에 더 큰 깨달음과 위로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어느 중학교 인권동아리 학생들에게 강연한 적이 있어요. ‘토끼와 거북이’ 우화에서 비인권적인 요소를 찾는 거였어요. 학생 대부분은 ‘토끼가 유리하게 시합 규정을 만들었다’, ‘육지에서 이뤄졌다’ 등등 토끼가 비인권적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한 학생은 거북이도 비인권적이라고 지적했어요. 토끼를 깨우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다른 학생이 ‘그럼 시합을 못 이기잖아?’라고 반박했어요. 그랬더니 그 학생은 ‘너는 그렇게 이기면 좋니?’라고 되묻더라고요. 벌써 그 친구는 인권의 개념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거예요. 인권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게 인권이라는 것, 설사 우리가 지더라도 자고 있는 친구를 깨울 수 있는 것이 인권이라는 걸 말이죠(웃음).”
  * “인권에 대해 두 번, 세 번 생각하다 보면, 결국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정 강사의 동료 중에는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강연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 강사라고 밝히면 그때부터 편견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비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까지 돌아보는 멋진 사람이 되고, 장애인이 장애인 인권을 이야기하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인식되는 게 무척 억울하기도 해요. 그런 시선을 조금 거둬주면 좋겠어요.”
  장애인 인권 강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도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인권은 상대적인 거예요. 나에게만 인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인권, 남성의 인권, 비장애인의 인권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나의 인권을 주장하기 위해 장애인 인권 강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정 강사는 앞으로도 강의를 통해 장애인, 비장애인, 여성, 남성, 노인, 아동 등의 인권에 대해서 널리 알리고, 바른 개념을 심어줄 계획이다. 그리고 훗날 동료들과 장애인이 주체가 된 인권센터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가 하는 강의는 2~3시간 정도예요.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인권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하지 않던 것과 두 번 세 번 생각하는 것은 다르겠죠. 인권은 부메랑이에요. 당장은 복지 정책을 마련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이 언젠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라는 걸 널리 알리고 싶어요.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나에게 돌아올 부메랑을 우리 모두 던져 봐요(웃음).”
(2018. 6. 15. 제10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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