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선거에 점자판이 없다?
대구에 사는 이경재(남, 61세) 씨는 지난 2월 8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지부(이하 한시련 대구지부) 중앙대의원 선거에 참여했다. 오전 9시에 예고한 선거는 다소 늦게 시작됐다. 대구지부는 투표함 봉인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표가 막상 시작되고 나서 이 씨는 큰 당혹감을 느꼈다. 투표소 두 곳 모두 점자판이 비치되지 않았던 것이다. 선거 담당자는 묵자로만 기표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는 묵자를 몰라요. 그래서 선거 담당자에게 점자판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담당자는 ‘후보자들이 묵자로만 기표하기로 동의했기에 묵자기표만 허용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대충 기표를 하고 나왔어요. 제대로 기표가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각장애인 선거에 점자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 씨는 대구지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그러자 대구지부 선관위는 “묵자로만 기표를 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묵자와 점자로 모두 기표할 수 있다”고 이 씨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서둘러 점자판을 꺼내 투표소에 비치하도록 조치했다.
묵자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석규(남, 59세) 씨는 “선거라는 중요한 행사에서 선거 담당자가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확인도 없이 전달하고, 이에 대한 심각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구지부 중앙대의원 선거에는 750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 점자로 기표한 유권자는 97명이다.
대구지부 선거 담당자는 “선거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기표 방법에서 점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묵자와 아라비아자만 기록했다”며 선거 초반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대구지부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담당자가 정안인이고 점자 기표 선거를 치러보지 않아서 점자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조금 더 철저히 선거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대구지부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점자 기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동안 스티커 부착 또는 모양이 다른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투표를 해왔다는 설명이다.
선거 때마다 기표 방식에 대한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채택하고 있는 구멍을 뚫어 기표하는 방식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간다. 묵자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는 의견과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는 시각장애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지금까지 부정선거에서 손쉽게 이용된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시련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제35조 투표방법에 ‘회장과 지부장은 점자기표, 묵자기표, 스티커부착 방식에 의해 선출하고 그 외 지회장을 포함한 본회의 임원과 대의원선거 시에는 거수투표, 기립투표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별한 사정에 의해 이 외의 투표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규정을 살펴보면 시각장애인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다양한 기표 형식을 취하며 특별히 엄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지역마다 다른 방법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 관리자도 유권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관리규정에 조금 더 체계적이고 명확한 방법이 명시돼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경재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각장애인계 선거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비시각장애인계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시각장애인계 선거에서는 용인되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에서조차 형식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계 문화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투표에서조차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문자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1947년에는 우리나라 자체 선거에서도 점자기표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 선거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후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소 우려됩니다.”
“저는 묵자를 몰라요. 그래서 선거 담당자에게 점자판을 요구했어요. 그런데 담당자는 ‘후보자들이 묵자로만 기표하기로 동의했기에 묵자기표만 허용이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대충 기표를 하고 나왔어요. 제대로 기표가 됐는지도 모르겠어요. 시각장애인 선거에 점자판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이 씨는 대구지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정식으로 항의했다. 그러자 대구지부 선관위는 “묵자로만 기표를 하도록 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며 “묵자와 점자로 모두 기표할 수 있다”고 이 씨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서둘러 점자판을 꺼내 투표소에 비치하도록 조치했다.
묵자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석규(남, 59세) 씨는 “선거라는 중요한 행사에서 선거 담당자가 유권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확인도 없이 전달하고, 이에 대한 심각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구지부 중앙대의원 선거에는 750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서 점자로 기표한 유권자는 97명이다.
대구지부 선거 담당자는 “선거 관련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기표 방법에서 점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묵자와 아라비아자만 기록했다”며 선거 초반 착오가 있었음을 시인했다.
대구지부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 담당자가 정안인이고 점자 기표 선거를 치러보지 않아서 점자판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며 “조금 더 철저히 선거 준비를 했어야 했다”며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대구지부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점자 기표를 채택하지 않았다. 그동안 스티커 부착 또는 모양이 다른 도장을 찍는 방식으로 투표를 해왔다는 설명이다.
선거 때마다 기표 방식에 대한 설전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 여러 곳에서 채택하고 있는 구멍을 뚫어 기표하는 방식에서도 여러 의견이 오간다. 묵자와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는 의견과 구시대적인 방식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전자는 시각장애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지금까지 부정선거에서 손쉽게 이용된 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시련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제35조 투표방법에 ‘회장과 지부장은 점자기표, 묵자기표, 스티커부착 방식에 의해 선출하고 그 외 지회장을 포함한 본회의 임원과 대의원선거 시에는 거수투표, 기립투표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특별한 사정에 의해 이 외의 투표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규정을 살펴보면 시각장애인 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다양한 기표 형식을 취하며 특별히 엄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 지역마다 다른 방법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선거 관리자도 유권자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관리규정에 조금 더 체계적이고 명확한 방법이 명시돼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경재 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시각장애인계 선거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비시각장애인계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 시각장애인계 선거에서는 용인되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에서조차 형식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각장애인계 문화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투표에서조차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문자를 잃게 될 수도 있어요. 1947년에는 우리나라 자체 선거에서도 점자기표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 선거 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후퇴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소 우려됩니다.”
(2018. 3. 1. 제99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