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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시각장애인 울리는 인정조사표, 언제쯤 개선될까?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4-13 오후 3:21:13

조회수 2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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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점자새소식] 시각장애인 울리는 인정조사표, 언제쯤 개선될까?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04-13 오후 3:21:13 (조회 : 2537)
시각장애인 울리는 인정조사표, 언제쯤 개선될까?
 
  “주위에서 시각장애인은 인정조사 때 모든 항목에서 ‘못한다’고 대답해야 3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하면서, 나 자신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최근 시각장애인 A 씨는 장애인활동보조지원제도(이하 활동지원) 시간 배정을 위한 인정조사를 받았다. 주위 사람의 조언대로 어떤 질문이든 되도록 ‘못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다 직업과 관련한 ‘점자’ 능력에 관한 질문에도 무의식중에 ‘못한다’고 답할 뻔하기도 했다.
  인정조사는 40분가량 이어졌다. 국민연금공단 조사원의 질문에 A 씨가 답변하고 부연 설명을 했다. 가령 ‘목욕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혼자서 할 수는 있는데, 비누가 잘 씻겼는지 안 씻겼는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걸고 받는 일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받을 수는 있는데, 전화를 건 사람을 알 수 없고, 스마트폰이어서 누군가 전화 걸기를 도와줘야 한다’고 답했다.
  “조사원은 혼자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자격 심의 위원회’에서 결정이 된다고 했지만, 인정점수가 큰 영향을 주겠죠. 3등급보다 더 낮은 등급을 받지 않으려고 열심히 부연 설명을 한 셈이에요.”
  시각장애인은 인정조사에서 대부분 A 씨와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이처럼 시각장애인계에서는 현 인정조사표가 시각장애인이 활동지원 시간을 배정받는 데 불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인정조사표에 대한 문제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특히 2016년 1월~5월경 이뤄진 활동지원 등급 재심사에서 시각장애인이 대거 등급 하락되면서 시각장애인계의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2016년 7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심사 후 등급 하락한 전체 장애인은 3.85%, 시각장애인은 이 수치의 약 2배인 7.53%로 나타났다.
  이에 시각장애인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시련을 주축으로 시각장애인활동지원권리보장협의회(이하 협의회)가 구성됐다. 협의회는 여러 전문가와 시각장애인계 의견을 수렴한 인정조사표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에는 기존 인정조사표를 최대한 활용해 총 점수나 세부항목의 변화 없이 배점을 달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시각장애인의 욕구가 현실적으로 인정되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수정안은 2017년 보건복지부에 제출됐다. 협의회 박광재 회장은 “복지부는 수정안을 접수한 상태지만 반영될지는 미지수”라며 “오는 2019년 7월 장애등급제 폐지와 맞물려 시각장애인계의 의견이 수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12월에는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주관으로 ‘2017 시각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와 개선 마련을 위한 당사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대구대학교 조성재 교수는 현 인정조사표의 문제로 ‘감각장애인들에게 불리하고, 요양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맞춰져 있는 점’, ‘특정 항목에서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에 대한 추가항목이 시각장애는 최대 20점만 부여되는 점’, ‘욕구조사 영역의 하위 항목 부재와 실질적 점수 부여가 되지 않은 점’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토론회에서 시각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기준이나 인정조사표를 만들어 달라는 비현실적인 요구보다는 현 인정조사표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시각장애인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는 수단적 일상생활 동작 부분의 보충과 보완, 인정조사표 하위영역의 가중치 부여 및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활동지원서비스 대행 기관을 정비해 행정비용과 소모성 비용을 이용자에게 돌리고, 임금에 따른 이용자 부담금을 차등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또한 시각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파악하여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시각장애인 단체와 자립생활센터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계에서는 인정조사표 개선을 위한 의견은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지난 제14기 한시련 중앙회장 선거에 나선 세 명의 후보는 ‘인정조사표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복지정책 흐름에 따르면 인정조사표 개선은 요원하다.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장애등급제 폐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와 맞물려 종합평가시스템이 도입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시련 임경억 정책실장은 “현시점에서 인정조사표 개선은 무리가 따른다”며 “그동안 복지부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지만, 번번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으로 바뀔 종합평가시스템에서는 시각장애 특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5일을 출퇴근하는 시각장애인 A 씨는 111시간을 받고, 재택근무를 하는 지체장애인 B 씨는 390시간을 배정받았다. B 씨와 A 씨의 시간 차이보다 과정에 주목해본다. B 씨는 인정조사를 받을 때, 본인의 장애로 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각장애인 A 씨는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절망감을 안고 조사에 임했다. A 씨는 말한다.
  “떳떳한 답변을 통해 필요한 시간을 배정받을 수 없고, 확실한 잣대가 없다고 생각하니 시각장애인들은 불안하죠. 막상 거짓으로 대답해 시간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무덤덤한 편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너무 많이 접한 탓이겠지요. 조사원조차 시각장애인은 으레 거짓으로 대답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불신이 팽배한 제도는 빨리 개선이 돼야 마땅하지 않나요?”
(2018. 4. 15. 제9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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